좋은글 불안과 우울의 방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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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현준 작성일 25-01-21 17:28 조회 752 댓글 0본문
불안과 우울의 방에서
어느 날 문득, 나는 내 마음이 마치 해가 들지 않는 방 한가운데 갇혀 있다는 것을 느꼈다. 방 안은 희미한 불빛 하나 없이 텅 비어 있고, 나는 혼자 그곳에 앉아 있었다. 벽은 높고 창문은 닫혀 있었으며, 그 문은 내가 열 수 없는 무거운 철문처럼 느껴졌다.
불안과 우울은 그 방에 사는 오래된 손님 같다. 그들은 소리 없이 찾아와서는 제멋대로 내 공간을 차지한다. 때로는 불안이 조급하게 속삭이며 모든 가능성을 최악으로 만들어버린다. “넌 잘못될 거야. 실패할 거야.” 그 목소리는 작지만 끊임없어서, 내가 아무리 귀를 막아도 머릿속에서 멈추질 않는다.
그리고는 우울이 뒤따라와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. “넌 무기력해. 아무도 널 신경 쓰지 않아.” 불안이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손바닥에 땀을 나게 한다면, 우울은 마치 사슬처럼 내 팔다리를 무겁게 만든다.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게, 단순한 일조차 벅차게 느껴지게 만든다.
사람들은 종종 “왜 그렇게 힘들어하니?”라며 묻는다. 그 질문은 나에게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. 왜냐하면 나도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.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치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하다. 아무리 치우고 정리하려 해도, 어딘가 남아 있다.
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. 이 방이 나를 정의하는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. 그 방은 내 일부일 뿐, 내가 전부 그 방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. 가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빛을 찾을 때도 있다. 그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일 수도, 혹은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아주 작은 시도일 수도 있다.
어느 날은 그 빛을 따라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잡아본다. 당장 열리지 않을 때도 많지만, 그 손잡이를 쥔 내 손은 점점 강해지는 듯하다. 문을 여는 데는 시간이 걸릴지라도, 적어도 나는 시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.
불안과 우울은 완전히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다. 하지만 나는 배워가고 있다.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. 내가 그 방을 벗어나는 날이 오면,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얼마나 강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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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글은 스스로 불안과 우울을 마주했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썼습니다. 혹시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, 조금 더 다듬고 싶다면 말씀해주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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